12월만 되면 생각나는 반지의 제왕 트릴로지. 


반지의 제왕 1편 반지 원정대 포스터
1편 반지 원정대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 중 하나. 
CG인데 꽤 실감난다 했는데, 메이킹 필름을 보니 빅어처를 만들어서 CG와 합성했다고. 
반지의 제왕은 본편도 재미있지만 제작 후기도 상당히 흥미롭다. 


크리스마스와는 아무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연말이 되면 꼭 생각나는건 개봉 시기와 관계가 있다. 

3년간 해마다 12월에 개봉을 했는데, 돌아다니는걸 싫어하는 내가 3편을 전부 극장까지 가서 꾸역꾸역 다 봤으니. 


1편 반지 원정대를 보러 갔을때가 생각난다. 

오다가다 포스터만 봤지 이게 무슨 내용인지 원작이 소설인지도 모를 정도로 사전정보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친구들이 예매해뒀다길래 그냥 따라가서 본 것 뿐인데 눈앞에 평생 처음 보는 장관이 펼쳐지는게 아닌가...

문제는 3부작이라는 것도 모르고 봐서 '이제 반지 좀 버리러 가볼까'하는 시점에 덜컥 영화가 끝나면서 다음편은 내년에~이래서 정말 황당했다. 

대형서점 원서 섹션에 쌓여있던 톨킨의 책을 본 적이 있긴한데, 그때만 해도 영화화되기 전이라 주로 페이퍼백 버전에 표지도 허접해서 그렇게 대단한 책인줄은 꿈에도 몰랐지. 


반지의 제왕 2편 두개의 탑 포스터
헬름협곡 전투씬이 백미였던 두개의 탑. 
로한 기마부대가 절벽에서 내려오는 씬은 소름돋을 정도로 멋지다. 
3편의 명장면도 역시 로한 기병대 돌격 장면과 올리펀트 부대에 맞짱뜨는 장면.


2편은 개봉한지 한참 지나서 극장에서 내려가기 직전에, 아직 안 본 친구하고 야밤에 후다닥 보러갔었던 기억이 난다. 영화보고 나오면서 너무 추워서 동태되는줄. 

반지의 제왕 덕후답게 DVD도 기다리고 기다렸다가 확장판으로 전부 구매했다.

세 편을 다 사면 DVD 세 권이 다 들어가는 케이스를 줬었는데 살 때 주는게 아니라, 교환권을 줘서 케이스 준다는 날 교보문고 본점까지 찾으러 갔던 뻘짓도 했었고. 


극장판과 디렉터스 컷 혹은 확장판은 느낌이 좀 다르기 마련인데, 반지의 제왕은 캐릭터별로 그 차이가 많이 느껴진다. 


반지의 제왕 보로미르
확장판에서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신한 대표적인 인물 보로미르.

극장판에서는 아라곤에 가려서 딱히 임팩트도 없고 반지나 탐내다가 죽은 찌질한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확장판을 보면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두개의 탑 확장판에도 보로미르가 잠깐 등장하는데 여기서도 호감지수가 급상승한다. 

편집증 기질이 있는 아버지의 편애와 기대를 버거워 하면서도 아버지에게 미움받는 동생을 감싸주는 훈훈한 형님의 내면연기도 끝내주고, 오스길리아스 탈환 직후 웅장한 연설은 정말 명장면. 


영국배우와 미국배우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건 바로 연설 장면이다. 

2편 확장판 보로미르의 연설이나 3편 세오덴의 연설 장면을 보면 풍부한 성량과 발성이 장면의 웅장함을 극대화시켜주는 반면에, 3편 블랙게이트 앞에서 아라곤의 연설 장면은 뭔가 좀 허전하다고 해야하나.... 

트릴로지 내내 원탑으로 멋지게 나오던 아라곤의 포스가 좀 꺾였던게 그 장면이다. 


최근에 반지의 제왕을 확장판으로 스트레이트 시청중인데 새삼 대단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볼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전에는 모르고 지나쳤던 것도 눈에 들어오고 무엇보다 원작의 세계관이나 심오함이 볼수록 엄청나다. 

영화도 이리 심오한데 이것도 엄청나게 길고 복잡한 원작을 가지치기해서 걸러낸 내용이라니.

원작 소설을 제대로 읽으려면, 실마릴리온-호빗-반지의 제왕 3부작 이런 순서로 봐야한다. 

실마릴리온은 반지의 제왕 세계관의 신화와 역사를 그려놓은 책인데, 세상에 나와있는 모든 판타지물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호빗은 프로도의 삼촌 빌보의 모험담이고, 여기서 절대 반지가 처음 등장.

톨킨 할배가 평생에 걸쳐서 만들어놓은 대작인데다 이 양반이 영문학 교수라, 반지의 제왕을 원서로 읽으려면 각오하고 덤벼야 한다. 

나도 왠만한 소설은 사전없이 읽는데 이건 정말 강적이었다. 

호빗 한 권 읽는데도 진땀을 뺐으니. 

게다가 문학작품 성향이 강해서 시도 나오고 암호문같은 톨킨어도 나오고 해독이 불가능한 문장 다수 등장. 

DVD 확장판이 정말 좋았던게 바로 메이킹 필름 DVD가 각 편마다 2장씩 들어있다는것.

이 영화의 메이킹 필름은 영화 자체만큼 흥미진진하다.

엄청나게 많은 천재들이 이 한 편의 영화에 투입됐구나 하는걸 실감나게 해준다. 



반지의 제왕에서 호감 캐릭터들. 

반지의 제왕 에오메르
에오윈의 오빠인 로한의 에오메르. 

2편 끝자락의 돌격장면은 그저 맛배기였을 뿐, 3편 펠렌노르 전투에서는 기마부대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말 제대로 보여준다. 

오크 부대를 반으로 쪼개놓고 올리펀트 부대와 충돌하는 장면은 볼때마다 감동이다. 

기마대의 전투력은 대략 머릿수의 두 배, 속도의 제곱이라고 함. 

그러니까 상대가 누구든 일단 닥치고 달려서 적과 마주치는 순간의 속도가 최고점에 도달해야 전투력을 극대화시킬수 있다는 뜻이다.


반지의 제왕 파라미르
보로미르의 동생 파라미르.
아버지 잘못 만나 고생하는 캐릭터.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군인이라고 해야하나....이 사람도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영화에서는 묘사가 안됐지만, 소설을 보면 이 사람도 예지능력같은 수퍼내추럴한 능력 보유자.  

소설에서는 아라곤 못지않은 인물인데, 영화에서는 비중을 확 줄여놔서 임팩트가 별로 없다. 

그래도 인간계에서 반지의 유혹을 이겨낸 몇 안되는 사람인걸 보면, 비범한 인물인건 확실함. 

 

반지의 제왕 세오덴
로한의 왕 세오덴. 

톨킨이 기마대를 갖춘 잉글랜드라고 상상해서 만든게 바로 로한. 

그래서 등장인물 이름부터가 죄다 영국풍이다. 

잉글랜드에 기마부대가 있었다면, 노르만족의 침공 때 그렇게 무력하게 정복당하지 않았을거라는게 톨킨옹의 생각이었던것 같다. 

그래서 톨킨옹이 생각한 이상적인 잉글랜드의 왕인 세오덴도 상당히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2010-12-14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