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종 : 코숏
성별 : 여아
나이 : 1년 5개월 (추정)
성격 : 복잡함. 기본적으로 온순.
특징 : 짧은 꼬리에 뒷다리 장애, 하반신 골격이 약간 뒤틀려 있었음.
어느해 1월 엄청 추웠던 날 저녁, 부모님이 주워오신 삼색 고양이 쥐롱.
며칠째 영하 10도를 유지할 정도로 추운 날씨였고 얼마전에 온 눈이 녹지않은 상태였는데, 눈밭이 된 아파트 화단에서 엄청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서 찾아보니 이 녀석이 오도가도 못하고 울고 있어서 덥썩 집어오셨다고 한다.
이 녀석이 처음 집에 들어왔을때 울음소리라니...
그렇게 허스키한 고양이 울음소리는 생전 처음 들어봤다.
원래 그런 목소린줄 알았는데 실은 추운데서 목청이 터져나가게 울어대서 목이 쉬었던 것임.
처음 왔을때 치아 상태나 얼굴 발육 상태로 보면 2~3개월 정도 된 어린 고양이.
사람이 돌보던 녀석은 분명 아니고, 길고양이의 새끼같은데 영양상태가 안좋아서 비쩍 마른데다 꼬리는 짤막하고, 태어날때 잘못 됐는지 하반신의 골격이 살짝 뒤틀려있고...하여간 상태가 꽤는 안좋았다.
물루처럼 묶여있었던 것도 아닌데 눈밭에서 꼼짝을 못했던 이유는 걸을수가 없어서.
뒷다리가 완전 새다리에 허벅지 부분은 거의 가죽만 있는 상태고, 집안에서 움직이는 걸 보니 뒷다리는 뒤로 늘어진 채로 질질 끌고 다니는 수준.
하루이틀 데리고 있어보니 요로 감염 증세가 있는지 혈뇨까지 보였다.
거기다 방광염이 있는지 소변보는걸 엄청 힘들어 하기까지 하고.
그래도 일단 살아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돌봐주자고 결정.
밥하고 물을 챙겨주고 화장실 가까운 곳에 집을 만들어주고 하루 이틀 지난 후에 목욕을 시킨 다음, 수시로 난로를 쪼이면서 체온 유지를 하게 해줬다.
몸이 얼어있었던 새끼 고양이를 돌볼때 가장 중요한건 체온 유지다.
길에서 살던 녀석인데다 무슨 병균이 있을지 몰라서 일단 물루하고는 철저하게 격리.
예전에 돌보다 죽었던 길고양이들은 아무것도 먹지를 못했는데, 이 녀석은 걷지를 못할뿐이지 식성은 좋고 뭐든지 잘 먹어서 쉽게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달정도 지나면서 질질 끌고 다니던 뒷다리 중 한쪽 다리는 제대로 서기 시작했다.
나머지 한쪽 다리는 여전히 끌고 다니길래 엄마하고 같이 고양이 붙들고 자세를 바로 잡아주고 걸음마 연습도 시켜줬다.
한쪽 다리는 계속 끌고 다니길래 이 놈은 야생에서는 도저히 살수가 없는 녀석이겠다 싶어서그냥 사는데까지 우리집에서 돌봐주기로 결정...
이로써 돌보는 고양이는 하숙생들까지 합쳐서 총 4마리.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걸음걸이가 좀 뻣뻣하고 점프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걷는게 어딘가. 결국은 모든게 영양실조가 원인이었던 것 같다.
길고양이인 어미도 제대로 먹질 못하고 새끼를 낳은데다 제 앞가림도 하기 힘든 엄마 고양이가 젖이나 제대로 먹였으려나.
그래도 새끼가 부실하니 다 크도록 옆에 끼고 돌보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니까 오도가도 못하는 녀석을 눈밭에 버려두고 어디론가 가버린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봤다.
그 날 밖에서 하룻밤을 더 보냈다면 이 녀석은 그대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겠지.
움직이지도 못하니 따뜻한 곳을 찾아갈 수도 없었을거고.
낮이고 밤이고 울어대는데 이건 그냥 우는 것도 아니고 목놓아 우는 수준.
골격도 뒤틀려있고 새끼를 낳을만한 몸상태가 아니라, 중성화 수술을 결정했다.
그동안 잘 먹고 체력보강을 해서 그런지 수술도 잘 견디고, 그 후 며칠간 회복도 잘 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이 녀석이 밥도 못먹고 토하기 시작했다.
다른 녀석들은 이런 일이 없었는데 확실히 이 녀석이 몸이 약하긴 했나보다.
병원에 데려갔더니 수술 후에 속이 뒤집어져서 토하는 녀석들이 가끔 있다면서 토하지 않게하는 주사를 놔줬는데, 제일 좋은 약으로 해주고 돈도 안 받으심.
주사맞고 토하는건 멎었는데 입맛이 달아났는지 밥을 안먹어서 이것저것 먹여보다가 고양이 스낵을 좀 줘봤더니 그거 먹고 간신히 밥맛이 돌아왔다.
진짜 이 녀석처럼 손 많이 가는 녀석은 처음이다.
잘먹고 잘자고 잘싸고 잘놀고, 수술했을때 빼고는 딱히 아픈데 없이 건강한 편이다.
걷는게 좀 뻣뻣하고 다른 녀석들에 비해 점프력이 떨어져서 높은 곳에 잘 못올라가긴 하지만, 아예 걷지도 못했던 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지.
어릴땐 벽지도 긁어놓고 말썽 깨나 부리더니 한살이 넘어가면서 철이 들었는지 요즘은 처신이 많이 조신해져서 다행이다.
집고양이의 표본 물루를 보고 그대로 따라하면서 배우는 것 같기도 하고.
우리집에서 지낸지 1년이 지나더니 그런게 좀 무뎌지고 경계심도 많이 줄어든것 같고, 특히나 요즘은 잘 보이려고 그러는지 재롱이 엄청 늘었다.
이 녀석은 생긴것도 그렇고 힘들게 태어났는데 반겨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생명이란 생각에 볼때마다 왠지 짠하다.
우리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지 딱 한달되는 날 이 녀석이 왔다.
우리 가족 외에 이 녀석의 생명의 은인이 있다면 바로 대파가 되겠다.
그 추운날 굳이 밖에 나갔던 이유는 집에 대파가 떨어졌기 때문에. ㅎ
[2010-04-2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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