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제목이 유치해서 극장에서 볼 생각도 안 했다가, 뒤늦게 보고 엄청 후회했던 '드래곤 길들이기'.
제목때문에 용이 나온다는 것만 알았지, 나머지는 사전 지식 하나도 없이 봤다가 드래곤이 아니라 날개달린 고양이를 보는듯한 나이트 퓨리때문에 호감도 백만배 상승.
등장인물들 캐릭터는 내 취향이 아니라 별로였는데, 고양이를 연상케 하는 드래곤과 시원시원한 화면, 근사한 OST 때문에 생각보다 재미있게 봤다.
제작 후기를 좀 찾아보니 역시나 투슬리스의 모델은 고양이 80%에 강아지와 여타 다른 동물들의 특성을 합성한거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액션 스케일도 크고 호쾌한 와중에 의외로 엄청나게 섬세했던 장면.
드래곤이 인간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여는 장면인데, 손바닥에 얼굴을 대기 전에 아주 살짝 망설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 장면을 보면서 고양이의 특성을 정말 잘 파악하고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나 고양이는 정말 조심스러워서 사람한테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 조심성을 저 작은 움직임 하나로 표현하다니...
물론 그 직후에 으르렁거리고 도망가는 것도 매우 고양이다운 행동이다.
만약 진짜 고양이한테 저런식으로 손을 뻗는다면 고양이에 따라 반응은 천차만별일듯.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녀석이라면 좀 망설이다가 손을 핥아줄지도 모르고, 성깔 좀 있거나 사람한테 시달려 본 녀석은 왕 하고 물어뜯을 수도 있고, 사람을 좋아하는 고양이라면 손에 부비적대면서 골골대다가 제 흥에 겨워서 살짝 물어뜯거나 장난하자고 발질하다가 본의아니게 할퀴는 수도 있겠고...
투슬리스가 제일 귀여웠던 장면.
히컵이 자기가 그린 그림을 밟으면 으르렁거리고, 발을 떼면 다시 똘망똘망하고.
으르렁거릴때 귀 눕는건 진짜 디테일하다.
드래곤 길들이기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감이 그 실체를 얼마나 왜곡시킬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극중에서 그 공포감을 집약해 놓은것이 바로 드래곤의 종류를 나열한 책인데, 대부분 보는 즉시 죽여야 하는 위험한 동물이며, 투슬리스와 같은 종류인 나이트 퓨리는 최고로 공포스러운 존재로 분류해놓았다.
하지만 히컵이 겪어본 나이트 퓨리 투슬리스는 딱히 폭력적이지도, 공포스러울 것도 없고, 먹이를 주고 친절하게 대하면 길들이고 키울수도 있는 보통의 동물이었다.
드래곤의 특성을 주로 고양이에게서 따 온 이유도 이미지의 왜곡이라는 이슈를 다뤄보려고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고양이도 오랫동안 잘못된 이미지로 오해받아왔고 그 공포심으로 인한 미움과 학대를 받던 동물이었으니.
[2012-09-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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