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불을 좋아하는 물루

 

비가 오는걸 보면서 물루를 쓰담쓰담하다가, 10년전 길에 버려진 물루를 데려온 날이 생각나서 써보는 추억팔이. 

비를 보면서 그 날을 기억했던 이유는, 물루를 만나기 전날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원래는 전 주인이 그 날 버리려고 했는데, 비가 너무 와서 버리는걸 그 다음날로 미룬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봤었다. 


주워온 다음날 찍은 물루 사진

첫날은 버려진 충격때문에 하도 울어대서 사진찍을 생각도 못했고, 이건 그 다음날 찍은 사진. 

이때 상태가 정말 말이 아니었는데, 사진상으로는 잘 안보이지만 코끝 귀끝까지 지저분하고, 목욕을 한번도 안 시켰는지 털은 뻣뻣하기가 이루 말할수가 없고, 밥도 제대로 안 챙겨줬는지 애가 비쩍 말라서 볼이 푹 꺼질 정도고, 나중에 병원에 가보니 귓 속은 진드기로 엉망진창. 

저때가 6~7개월 정도로 추정되는데, 아마 첫번째 발정기가 왔을때 귀찮다고 내다 버린것 같다. 

그나마 나무에 묶어서 버리는 바람에 우리 가족이 발견하고 데려올 수 있었음. 

이것도 이제 다 옛날 얘기구만....


 

상자속에 누워있는 물루

우리집에 온지 한 달 반쯤 됐을때. 

그동안 좀 잘먹었다고 살도 좀 붙고 이뻐지고, 가족들한테 잘보이려고 애교도 부리고. 


 

강아지와 물루

할아버지뻘이긴 하지만 같은 네발잡이 친구도 있어서 외롭지 않았던 물루. 


 

집사 의자를 차지한 물루

완전 적응한 뒤에는 집사의 의자를 지 침대로 쓰고, 애교로 집사의 혼을 쏙 빼서 의자를 뺏겼다는 것도 잊어버리게 만드는 스킬 장착. (요물이야, 요물.) 



전화기 옆 물루

우리집에 온 초창기에 전화기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았던 물루. 

가족들 몰래 전화기 녹음 버튼을 눌러놓고, 시간이 좀 지난 다음 재생 버튼을 눌러 가족들의 대화를 들려줘서 깜놀하게 만드는 놀라운 능력을 과시.  


 

집사 침대를 자기 침대처럼 쓰는 물루

내 침대는 곧 물루의 전용 침대가 되었다......

(와, 물루가 저렇게 날씬했을때도 있었구나. ㅠㅠ) 


 

티셔츠를 입은 물루

강아지 사료에 사은품으로 매달려온 티셔츠를 입은 물루. 

옷을 어찌나 싫어하는지 그 이후로는 물루에게 뭘 입혀본 적이 없다.. 

어차피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는 동물이라, 옷은 사진찍을 때만 잠깐 입히고 그냥 알고양이로 놔두는게 바람직함. 


 

책 옆에 앉은 물루

독서도 하면서 지적인 고양이로 성장한 물루. (현실은 베개.)


 

물루가 마음에 들어했던 이불

처음 봤을때부터 물루가 너무 마음에 들어했던 이불. 

키우면서 보니 확실히 고양이들도 새 물건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물루와 쥐롱이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지 한 달뒤에 대파와 같이 집에 들어온 쥐롱이. 

대파가 떨어져서 사러갔다 오는 길에 쥐롱이 발견.. 


 

쥐롱이를 보고있는 물루

처음엔 쥐롱이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물루는, 쥐롱이의 애교 스킬이 만렙에 가까와지면서 가족들의 관심을 받게되자 슬슬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투닥거리는 물루와 쥐롱이

물루와 쥐롱이는 서로 잡기 놀이 우다다도 하고 가끔 투닥거리기도 했으나 


 

투닥거리는 물루와 쥐롱이

심각하게 싸운 적은 한번도 없고, 싸우는 것처럼 보여도 서로 허공에 헛발질만 한두번 하다가 끝. 


 

사이좋게 일광욕중인 물루와 쥐롱이

서로 데면데면하긴 하지만, 나름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하는지 위기라고 생각되면 서로 챙겨주는 희한한 고양이 관계인 물루와 쥐롱이. 


 

집수리로 멘탈이 붕괴된 물루

물루의 멘탈을 금가게 했던 집수리와 단기 이사. 

버림받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물루는 유독 환경의 변화를 싫어한다. 

그나마 가족들이 같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덜 받음. 


 

마루 바닥에 뒹굴거리는 물루

집수리가 끝나고 다시 돌아오자마자 아는 집이라고 바로 적응한 물루. 


 

식사중인 물루

등급좋은 사료와 깨끗한 물을 급여하는데 신경썼더니, 지금까지 고양이 감기 한번 걸린것 빼고는 잔병 치레도 거의 없을 정도로 건강한 편이다. 


 

숨숨집 안에서 잠든 물루

잘 먹고, 보송보송하고 푹신한 잠자리에서 마음 푹 놓고 잘 자더니 


 

그루밍중인 물루

예전의 비쩍 마른 모습은 간데없고, 어느틈에 거대 고양이가 되버린 물루....;;; 


 

스크래처에 누워있는 물루

처음 왔을때는 버림받은 충격에 낯선 장소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미래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표정까지 이상했는데, 우리집에 정착한지 몇 달이 지난뒤부터는 그냥 아무 생각이 없다. 

골치아픈건 죄다 집사가 알아서 하고, 자기는 그냥 먹고 자고 싸고 놀고 뒹굴거리기만 하면 된다는걸 깨달았음. 

 


마루 바닥에 누워있는 물루

처음엔 우리집이 마음에 들었는지 가족들한테 잘 보여서 입양되려고 온순한 척을 하더니, 요즘은 그런거 없다. 조금만 수틀리면 화내고 하악질하고 그러다 기분풀리면 다시 골골대고...



평상시 물루와 집사의 의사 소통. 

한쪽눈이 좀 부은 물루

물루 : 그루밍하다가 눈을 잘못 건드려서 눈이 붓고 가려워. 어떻게 좀 해봐. 


 

자리에서 일어나는 물루

집사 : 별로 심하지 않으니까 그냥 건드리지 말고 참아봐. 


 

집사를 쳐다보는 물루

물루 : 뭬야, 그게 다야? 실망이야~~~~


 

방에서 나가는 물루

실망한 물루는 방에서 나갔지만 집사의 말대로 눈은 건드리지 않았고 그대로 회복~~~


처음 이런 일이 있었던건 물루가 우리집에 온지 몇달이 지났을때 였다. 

물루가 어릴때라 자기가 벅벅 긁어서 눈을 못뜰 정도로 부은 다음에 나한테 달려오더니 도와달라고 우는데, 한편으로는 애가 눈이 그 꼴이 됐으니 놀랍기도 하고, 사람한테 도와달라는게 딱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하고...

그때는 나도 경험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다가 시험적으로 사람용 안연고를 약간 발라주고 눈을 못 만지게 물루를 꽉 잡고 있다가 풀어줬는데, 그렇게 해서 낫더니 그 다음부터는 뭔가 좀 이상하면 무조건 나한테 달려온다. ㅎ 


 

침대에 앉아있는 물루

아직도 가끔씩 학대받던 시절의 악몽을 꾸기도 하지만, 이제는 자신감 충천에 행복한 고양이 물루. 


우리집에 입양되서 물루에게도 이득이지만, 고양이를 키운 덕분에 나도 얻은게 많다. 

고양이를 키우는 방법이나 심리 파악같은 경험치가 쌓이고, 나름대로 인내심도 쬐끔 늘었다. 

그중에서도 최고는 역시 고양이를 키우면서 얻게되는 정서적 안정과 행복감, 그리고 고양이가 나를 전적으로 믿는다고 생각될때 느껴지는 충족감이지. 


[2016-07-01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