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하게 굴러가던 티스토리 생태계가 한순간에 박살나는 바람에 구글 블로그로 이주하면서, 그동안 경험해본 블로그 플랫폼들에 대한 후기를 정리해보았다. 


네이버 블로그 로고


1. 네이버 블로그 


국내 최고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블로그 서비스. 

인터넷 초창기에 잘나가던 다음이 온라인 우표제라는 정신나간 정책으로 나락으로 간 뒤에 새로운 포털 강자로 떠오른 네이버의 블로그 서비스라서, 2천년대 초중반까지는 네이버 블로그가 제일 우세했고, 그 상태를 유지했다면 아마 지금까지 국내 최고의 블로그 서비스로 남아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제일 접근성이 좋은 네이버에 첫 블로그를 개설했었고, 아직 글 수가 몇 개 안되던 시절부터 운좋게 메인에 걸려서 하루 방문자 몇만명도 찍어보고 그랬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진리는 포털 사이트에도 적용된다는걸 보여주려는 의도였는지, 대략 2008년말쯤 네이버는 다음 우표제급 대형 사고를 친다. 

바로 '블로그에 게시된 컨텐츠의 저작권은 네이버의 소유'라는 약관 개정. 

'포스트 저작권이 작성자에게 있다는건 인정하되, 네이버가 블로그 컨텐츠를 자유롭게 수정하고 재가공해서 돈벌이에 사용할수 있다'라는 정신나간 내용이었다. 

네이버가 컨텐츠를 사용할 경우 작성자의 허락을 구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긴 했지만, 이미 니네들이 쓴 글 저작권은 전부 내꺼야를 시전했는데, 저런 변명에 누가 속아넘어가나. 

결국 저작권 사태 이후 양질의 포스트를 업로드하던 헤비 유저들의 엑소더스가 시작됐고, 글도 많지 않아서 네이버 블로그에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던 나도 그 대열에 동참했다. 

잡은 물고기인줄 알았던 블로거들의 엑소더스에 깜놀한 네이버는 뒤늦게 저작권 약관 개정을 철회했지만, 이미 외양간에 있던 소들은 다 도망간 다음이었다. 


양질의 포스팅으로 돈을 벌 기회를 스스로 날린 네이버가 이윤 추구를 위해 선택한 차선책은 블로그 체험단이었고, 한 때 잘나갔던 네이버 블로그는 라인 이모티콘으로 도배된 거대한 광고판으로 변질됐다. 

타 플랫폼의 알짜배기 정보는 전부 배제하고, 자사의 광고판 블로그와 네이버에 올라온 정보만 최상단에 올리는 배타적인 검색 로직을 고수하면서, 국내 검색 점유율도 점점 구글에게 밀리는 악순환까지. 


최근엔 검색 점유율을 회복해보려는 의도인지, 티스토리를 포함한 타사 플랫폼 글도 검색 상단에 띄우면서 검색 정확도를 높이려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22년에는 블로그 챌린지로 다시 블로그를 활성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위 '자체 광고'에 애드핏 대신 애드센스를 때려박고 티스토리 유저들의 광고 수익을 강탈하려는 카카오의 개삽질에 대응해서, 네이버도 최근 다시 검색 로직을 변경하고 배타적인 예전 검색 방식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다. 

타사 광고인 구글 애드센스와 네이버 트래픽을 빨아먹으면서 이윤을 추구하겠다는 카카오의 미친짓에 대응하는 일종의 자구책이라 이번 로직 변경은 네이버를 탓할수가 없다. 


헤비 유저들의 티스토리 엑소더스가 진행중이지만, 대다수 유저들이 네이버 대신 구글 블로그와 워드프레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오래전 저작권 삽질때문에 네이버도 신뢰할 수 없는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포털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장점때문에 다들 한 발은 담그고 있지만, 아무도 네이버에 몰빵할 생각을 안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네이버 블로그가 매력이 없는 이유는, 아직도 2천년대 초반에 머물러있는 구시대적 스타일의 테마와 자유도의 부재도 한몫한다. 



이글루스 로고


2. 이글루스


네이버를 탈출한 유저들은 이글루스와 티스토리로 이주했는데, IT계열의 공돌이들은 대부분 티스토리로 가고, 소수의 매니아 블로거들은 이글루스에 둥지를 틀었다.  

그 시기에 나도 기존에 만들어뒀던 티스토리 외에 이글루스에도 새로 계정을 만들었는데, 이글루스 플랫폼도 자유도나 편의성이 네이버보다 나을게 없고 확장성은 네이버보다 더 형편없어서, 별로 중요하지않은 테스트용 글만 몇 개 올렸다가 몇 년 후 폐쇄했다. 


이글루스의 수많은 삽질과 사고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역시 블로그 관리자 계정 개방 사건이 되겠다. 

모든 블로그의 비밀글과 비밀 댓글 공개, 방문자가 블로그 관리자 계정에 접근해서 글 삭제를 비롯한 온갖 테러를 할수있게 만들어준 아수라장 사건. 

나는 글이 한 줌이라 털릴것도 없었지만, 저 사건 직후에 없던 정도 떨어져서 그동안 방치했던 이글루스 계정을 없애버렸다. 

소수정예 매니아들 덕분에 한 때 흥하긴 했지만, 친목질의 폐해를 정통으로 쳐맞고 SK의 형편없는 운영으로 점점 하락세를 타다가 줌으로 넘어간 뒤, 결국 2023년 6월 16일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티스토리 로고


3. 티스토리 


태터툴즈 기반의 설치형 블로그로, 초대장 시스템으로 시작된 플랫폼. 

설치형이지만 따로 호스팅 서비스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서, 초대장만 받으면 가입형과 별 차이가 없고, 자유도가 높아서 초창기부터 덕후들이 선호하는 블로그였다. 

초대장 시스템의 특성상 지인들끼리 주고받고 하면서 가입하는 구조라 그런지, 시작부터 IT쪽 종사자들이 대거 가입했고, 네이버 블로그가 터지면서 그쪽 IT 블로거도 전부 티스토리로 옮겨가는 바람에, 지금도 IT 관련 정보글은 티스토리가 월등하다. 


나도 2007년쯤 초대장을 받아서 계정을 만들었고, 네이버 저작권 파동 이후 본격적으로 티스토리 블로그를 키우기 시작했다. 

html, css는 기본에, 포토샵같은 이미지 툴에 대한 지식도 필요해서 초보자들에게는 진입 난이도가 큰 편이지만, 국내 플랫폼 중에서는 블로그 꾸미기의 자유도가 제일 높았다.    

플래시 기반으로 만들어진 플랫폼이라 무겁고, 사용하는데 있어서 자잘한 단점이 있긴 했지만, 업로드 가능한 이미지 용량도 꽤 큰 편이고 편의성도 좋아서 한 때는 국내 한정 최고의 블로그 서비스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2020년대 이후로 애드센스때문에 광고판 블로그가 급증하긴 했지만, 유용한 글을 올리는 헤비유저들도 많아서 티스토리는 국내 사이트 중에서 꾸준히 트래픽 상위권을 유지했고, 최근엔 망해가는 다음 포털을 제치고 10위 안쪽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태터앤컴퍼니와 공동으로 티스토리를 개발한 Daum이 관리하던 시절에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다음-카카오 합병으로 티스토리가 카카오의 손아귀에 들어가면서부터 블로그는 업데이트 없이 방치되는 대신, 사건 사고는 끊이지 않게 된다. 

티스토리가 카카오에 넘어갔을 때부터 조만간 서비스가 끝날거라는걸 각오했는데, 그 쎄한 느낌을 증명이라도 하듯 부지기수로 터지는 크롤링 오류와, 방문자 유입경로 임의 삭제, 22년초 강제 스킨 변경, 22년말 데이터 센터 화재로 1주일이 넘도록 블로그가 먹통이 되면서 검색 유입이 개판된 사건 등등. 


데이터 센터 화재는, 카카오가 얼마나 후안무치한 집단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다른 업체들은 데이터 원본과 백업을 각각 다른 센터에 분리해서 보관했다가, 사고가 나면 멀쩡한 쪽 서버를 돌려서 사고가 터진지 몇 분안에 서비스를 복구하는데, 얘네는 그 원본과 백업을 전부 한 군데 때려넣었다가 몇날며칠 서비스가 먹통되는 사태를 자초함. 

그리고 그것에 대한 피해 보상은 하나도 없었다는게 진정한 레전드라 하겠다. 


몇 년 전 애드센스 계정을 티스토리에 연동시키라고 강요하길래, 애드센스 수익을 얘네들이 다 가져가는 밑밥이겠구나 했는데, 몇 년간 유저들 수익을 감시하더니 올해 1월에 소위 '자체 광고' 약관 개정 이후, 드디어 6월 말부터 블로그 포스트 상단에 '자체 광고'라는걸 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자체 광고'라는게 카카오에서 만든 애드핏이 아니라 구글 애드센스라는게 문제. 

구글은 광고 규정이 상당히 엄격해서 글 내용을 가릴 정도로 광고 도배를 하는걸 허용하지 않고, 상단에 카카오의 애드센스와 유저의 애드센스가 나란히 배치될 경우 모바일에서는 포스트 내용을 보려다가 본의아니게 광고를 클릭할 수 있는데, 이게 반복되면 '무효 클릭'이라고 해서 수익에서 마이너스 처리되고, 무효 클릭이 누적되면 유저의 애드센스 계정이 정지된다. 


공지에서 자체 광고 게재 위치는 '포스트의 상단 아니면 하단'이라고 하더니, 막상 상하단을 다 자기들이 차지하는건 물론이고, 모바일의 경우 상단에 2개, 사이드 1개, 앵커 광고까지 광고로 도배를 해서 아예 포스트를 가려버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하게 됐다. 

여기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의 몫으로 돌아와서, 애드센스 계정을 정지당한 유저가 속출하고 대다수가 수익의 90%이상을 강탈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카카오 티스토리 운영진의 답변은 '우리 잘못아니고, 우린 모르는 일이니 구글에 문의하셈'만 무한 반복하면서 모르쇠 일변도. 

그래서 빡친 유저들은 티스토리 엑소더스를 감행중이고, 상당수의 헤비 유저가 구글 블로그 아니면 워드프레스로 이전 중이다. 


작년 데이터 센터 화재 사건 때 장기간의 블로그 먹통 현상으로 검색 유입이 망가져서 그 이후 크롤링 오류때문에 개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 넘게 만들어놓은 티스토리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번 '자체광고' 사태로 나도 티스토리에 완전히 미련을 버렸다. 

몇날며칠 이미지 선정하고 편집하고 글 다듬어서 올려놓는 과정이 하도 힘들어서, 그것에 대한 소소한 대가로 용돈벌이나 하려고 애드센스를 달아놓은 수준이라 수익에 크게 미련도 없고, 내가 쓴 글에 카카오가 숟가락 얹는 꼴이 보기 싫어서 티스토리 계정의 애드센스는 진작에 짤라버렸다. 

카카오가 진흙탕에 쳐박아버린 티스토리에 더 이상 애써서 작성한 글을 올릴 의욕도 사라졌고, 내가 지금까지 공들여 만들어놓은 블로그에서 마음이 떠나버렸다. 

현재 정신줄 놓고 광고 도배질로 한탕 뽑아먹으려는 행태를 보니, 조만간 티스토리도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게 될것 같다.  

유저의 신뢰를 잃어버린 플랫폼에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