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전두엽을 회복시키기 위해 영어 문장 필사를 시도해본 후기.
필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
물루의 연명 치료때문에 몇 달간 스트레스와 피로에 시달리고, 그 이후에는 펫로스로 인한 충격때문에 공중에 붕 뜬 상태로 지내다 보니 기억력과 집중력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아무래도 몇 개월간의 스트레스로 전두엽이 맛이 간것 같아서, 집 나간 전두엽을 돌아오게 할 방법으로 필사를 선택했다.
전에도 필사를 하면 복잡한 머리 속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고양이를 보내고 망가진 멘탈을 추스르기 위해 뭐라도 해야할것 같아서 무작정 필사를 시작해보았다.
내가 이걸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서, 일단은 집에 굴러다니던 노트와 볼펜을 가지고 시작.
영문 필사 방법
기왕이면 공부와 연결시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싶어서 영문 필사를 선택했다.
필사할 책은 예전에 몇 번 읽어본 서양 문명사 개론.
역사학 서적은 사회, 문화, 종교, 경제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단어가 나오기 때문에 어휘를 늘리기에 좋고, 개론서같은 설명문은 내용 전달에 충실하기 위해 문장 구조가 단순한 편이라 비교적 독해가 쉽기 때문이다.
처음엔 무작정 한 문장씩 베껴쓰기를 했는데 이렇게 하니까 머리에 남는게 하나도 없어서, 한 문장을 다 외워질 때까지 쓰는걸로 방법을 변경했다.
1. 영어 문장을 부분적으로 끊어서 외워 쓰기로 한 문장을 완성하고
2. 그 아래 한글로 번역한 문장을 쓴다.
3. 그 번역문을 보면서 원문을 유추해서 다시 써본 다음
4. 틀린 부분이 하나도 안 나올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쓰면 된다.
신기한게 처음엔 이걸 어떻게 외우지 싶었던 문장도 한번 한글로 번역해서 써보면 영어 문장이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하고, 번역문을 봤을때 전체 문장도 잘 떠오른다.
이런식으로 몇 페이지 분량을 외워보고 좀 자신감이 붙은 다음, 짤막한 영문 에세이를 모아놓은 책 한 권을 다 외우는데 도전하는 중이다.
역사서는 설명문이라 문장의 길이가 길어서 4,5줄은 기본이었는데, 그보다 짧은 문장의 에세이는 한 문장을 암기하는게 훨씬 쉽다.
처음엔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고 어려웠는데, 하다보니 점점 노하우가 생겼다.
쓰다보니 한글 번역 부분과 외워쓰기를 하다가 틀린 부분을 구분해야 할것 같아서 형광펜 두 종류를 구입해서 사용 중인데, 검정 볼펜만 쓸 때보다 확실히 효율적이다.
직접 경험해본 필사의 효과
몇 달간 필사를 하면서 제일 효과를 본 건 역시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이다.
처음엔 문장의 일부만 간신히 외워서 옮겨 적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문장 구조가 단순한 경우 2,3줄짜리 문장도 한번에 외워서 쓸 수 있게 됐고, 집중력이 좋아져서 전에는 눈에 안 들어오던 책도 지금은 쉽게 읽을 수 있다.
제일 놀라운건 의욕 상실도 회복된다는 점이다.
전에는 힘들게만 느껴졌던 일상적인 일들이 지금은 훨씬 수월해지고, 붕 뜨고 무기력했던 상태에서도 많이 벗어났다.
복잡했던 머리속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것도 필사의 장점 중 하나.
필사나 그림, 뜨개질처럼 손으로 하는 반복적인 작업이 명상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던데, 그 말이 맞는것 같다.
가장 중요한것 : 꾸준함
꼭 영문 필사가 아니라도 본인이 제일 선호하는 책이나 신문 기사를 필사하는 것도 좋고, 산문 필사가 힘들다면 시도 괜찮다.
부분 혹은 전체 문장을 머리속에 넣고 그걸 외워서 손으로 쓰는 과정 자체가 전두엽의 회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건 꾸준함이다.
필사를 꾸준히 하는 동력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단 한 문장이라도 매일 쓰는게 제일 좋은것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하루 분량을 정해놓는 것보다,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할 수 있을 만큼만 하는게 더 낫다.
시작한지 보름에서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습관이 되고, 필사에 재미를 붙이게되면 분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보람도 느껴지고 전두엽도 회복되는 선순환의 구조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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