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이 내게 원하는 기대 수준에 맞춰줘야 한다. 

그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고 맞장구를 쳐 주거나 혹은 조언을 해준다거나 하는.

말하고 듣기가 각자 5대5 비율에 서로 마음이 맞고 관심사가 동일하다면 대화라는 것도 그리 피곤할게 없는데, 이게 어긋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피곤해진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자기 얘기만 늘어놓거나, 어쩌다 다른쪽이 발언권을 가지고 얘기를 하면 대놓고 안 듣는 체를 하거나, 상대가 잠깐 숨 고르는 틈을 타서 자기 얘기 끊어진 부분부터 다시 시작을 하면, 그 만남은 이미 망한거다. 

자기 얘기만 하고 싶어하고, 상대방 이야기는 듣는 척만 하면서 언제 다시 발언권을 틀어쥐고 본인 얘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 궁리만 하고 있으면, 솔직히 속이 다 들여다 보여서 김이 샌다. 

이런 만남은 보통 몇 번 지속되다가, 밤낮 들어주기만 해야하는 고행에 지친 한 쪽이 떨어져나가면서 관계가 깨져버린다. 


누굴 만나려면 대부분 밖에 나가서 남들의 시선에 노출되어야 하는것도 피곤함의 이유 중 하나.

나는 남들 시선에 상관하지 않고 살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다들 왜 그렇게 남한테 관심들이 많지? 

내가 남들을 의식하고 싶지 않아도 의식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주는 과잉친절의 오지라퍼들이 많다는 게 정말로 피곤하다. 


인터넷 게시판 몇 군데만 돌아다녀도 공통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글들.

'혼자 영화보러 가면 이상하지 않나요?'

'혼자 밥 먹으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요?'

'이런 옷 입고 다니면 이상할까요?'

'이런 가방 들고 다니면 남들이 쳐다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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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가 남들을 위해서 사나.

이상하게 보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인가. 

남들이 이상하게 바라보거나 수군거리면 그걸로 죽기라도 하나.

그리고 어린애도 아니고 다 자란 성인이 혼자 다니지도 못하고 혼자 밥도 못먹는다면 어쩌라는건지. 


그나마 다행인건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개인적이 되서, 예전에 비하면 남의 일에 관심을 덜 갖게 됐다는 것이다. 

꼭 무리지어 다녀야만 하는 불쌍한 인간들이 지나가며 자기들끼리 수군댈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냥 똥파리 한 마리가 스쳐지나가는 정도의 일이다. 

그 사람들 의견이 내 인생에 무슨 상관이냐...

내 마음이 편하고 일처리에도 그 쪽이 더 수월하다면 혼자 다니는게 백번 낫다. 


눈덩이를 굴리며 노는 고양이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다.

오히려 혼자라서 좋을 때가 더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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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에 쓴 글인데, 지금 봐도 여전히 유효한 내용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