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던 컴퓨터가 드디어 맛이 가서, 무려 13년만에 새 조립 컴퓨터를 구입했다. 


구형 컴퓨터 케이스

2012년쯤 조립했던 컴퓨터 본체. 케이스는 앱코 다크나이트. 

지금 판매되는 케이스와 비교하면 아마 빅타워보다 더 클텐데, 그 때는 저게 미들타워였다.  



구형 컴퓨터 내부 구조

지금 나오는 케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구조의 구형 컴퓨터 내부. 

그럴만한게, 요즘은 저기서 ODD가 사라졌고, 메인보드가 2테라 이상의 대용량 하드를 지원하고, M.2 SSD가 보편화되면서 하드 베이도 줄어들었다. 

조립할 때는 나름 인기있는 옵션이었지만, 그 이후의 논란으로 언제 고장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겨주던 파워렉스 블랙호크 550W는 의외로 지금까지 잘 버텨주었다. 

사실 대부분의 부품이 아직도 멀쩡하게 돌아가긴 하는데, RAM 슬롯 4개가 몽땅 접속 상태가 불안정해지면서 부팅이 랜덤이 되는 바람에 어쩔수 없이 구형 컴퓨터를 포기해야 했다. 

이 컴퓨터를 주문해서 배송받았을 때, 용팔이가 반품된 불량 케이스에 조립해서 보내주는 만행을 저지르는 바람에 가이드에 장착한 하드가 베이에 안 들어가는 사태가 발생했고, 결국 동생하고 같이 본체를 짊어지고 용산까지 가서 새 케이스에 재조립을 해서 가져왔었다. 

그냥 맡겨놓고 자리를 비우면 또 중고 케이스 재활용하고 부품 바꿔치기를 할까봐, 조립하는 내내 옆에서 도끼눈을 뜨고 감시해야 했던건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은 조립 업체가 기업화되면서 조립부터 A/S까지 나름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컴퓨터 본체 하나 조립하려면 저런식으로 매번 지뢰밭이었다. 

그래서 그 시절엔 그 동네를 용산 던전, 줄여서 용던이라고 불렀었지. 



구형 컴퓨터 쿨링팬 라이트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던 다크나이트의 쿨링팬 라이트. 

쿨링팬이 후면에 한 개뿐이던 컴퓨터를 폭염으로 날려버린 직후라서, 자체 쿨링팬만 5개인 케이스를 선택했는데, 케이스 전면 ODD/HDD 베이가 공기 흐름을 막고 열기가 통으로 나가는 부분이 상단뿐이라, 여름마다 본체가 난로가 되는걸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열기로 컴퓨터가 터지지않도록 여름에는 뚜껑을 열어놓은 상태로 사용하고, 소소한 문제는 그때그때 직접 손보고 램도 추가하면서 쓰다보니 13년이나 버틸수 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10여년 전에 출시된 쿼드코어 CPU로는 작업 속도의 한계가 느껴지던 차에 램 슬롯이 맛이 가버렸고, 어차피 윈도우11로 갈아타려면 새 컴퓨터가 필요하기도 해서 이 참에 큰 맘먹고 새로 조립. 



앱코 다크나이트 케이스 상판 부분

다크나이트 케이스의 상판 부분. 

메인보드와 HDD베이가 겹침없이 병렬로 배치된 구조라 케이스가 앞뒤로 꽤 길쭉하다. 

USB 포트 4개에, 상판에 HDD 도크까지 있는 특이한 구조인데, 전원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안에 끼어버려서 매번 스위치를 빼줘야 하는게 유일한 단점이었다. 



새 컴퓨터와 구형 컴퓨터 케이스 크기 비교

새 컴퓨터와 구형 컴퓨터 케이스 크기 비교 샷. 

같은 미들 타워인데 요즘 케이스는 길이가 짧아지고 키도 더 작아졌다. 

길이는 줄었는데 상판이 통째로 통풍구라서 USB 슬롯과 각종 버튼은 전부 한쪽에 몰려있음. 



새 컴퓨터 내부 구조

조립하다 만 것처럼 생겼지만 저게 완성본인 새 컴퓨터 내부. 

그래픽 카드는 CPU에 합체됐고, 하드 베이와 파워를 아래로 빼버린 구조의 케이스라서, 탁 트인게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구형 컴퓨터 케이스는 SATA와 전원 케이블은 전면 기준 오른쪽에서 연결하고 HDD 가이드는 왼쪽으로 빼는 구조였는데, 케이블 연결된걸 잊어버리고 HDD를 왼쪽으로 빼다가 케이블 연결부 망가져서 하드를 날려먹을 위험이 있어서, 저런식으로 하드 베이 반대쪽을 아예 막아놓은건 아주 바람직하다. 

이번에 컴퓨터 받아보고 느낀게, 요즘은 케이스 구조가 복잡해지고 환상의 선정리라는 장벽때문에 직접 조립하는건 꿈도 못 꾸겠다는 것이다. 

이런것도 훈련과 적응이라 몇 대 조립하다보면 요령을 터득하겠지만, 조립비만 내면 완성된 본체를 받을수 있는데 굳이? 



컴퓨터 케이스 쿨링팬 라이트

요즘 케이스는 쿨링팬에 RGB LED가 들어가서 전원을 켜면 아주 화려하다. 

전면이 커버로 꽉꽉 막혀있는 본체만 쓰다가 이런걸 구경하니 진짜 신기함. 



새 컴퓨터 케이스 상단 통풍구

본체 상단이 통째로 쿨링팬 통풍구라서 속이 다 들여다보인다. 

더위에 컴퓨터를 날려먹었던 한이 DNA에 박혀서, 이번엔 쿨링팬 6개가 달린 케이스를 골랐다. 

단점이라면, 통풍구 위에 얹힌 먼지 필터가 고정된게 아니라 자석부착형이라 컴퓨터를 옆으로 눕힐때마다 필터가 움직인다는 것. 워낙 가성비가 좋은 케이스라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 같지만. 



컴퓨터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강화유리 측면 커버

통으로 강화 유리라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측면 커버. 

오랜만에 컴퓨터를 바꿨더니 가성비 케이스도 이렇게 화려할 수 있다는게 적응이 안된다. 



강화유리 커버를 제거한 케이스

강화 유리 커버를 빼고 찍은 사진. 

쿨링팬은 전면에 3개, 상단에 2개, 뒷면에 1개로 총 6개인데, 상단 2개는 RGB LED가 없다. 

어차피 위쪽이 메쉬라 후면 LED가 보이니까 상단은 LED가 없어도 상관없음. 

케이스 상단에 LED를 끄는 버튼도 있긴한데, 불이 안 들어오면 컴퓨터가 켜진건지 꺼진건지 구분이 안되니까 그냥 켜놓는게 낫다. 



쿨링팬 라이트가 다 켜진 새 컴퓨터 내부

RGB 라이트가 화려한 새 컴퓨터 내부. 

쿨링팬 6개에 내부에 공기 흐름을 막는게 없고 열기가 전면과 상판을 통해서 배출되니, 한여름에 커버를 전부 닫아놓고 써도 케이스가 차가운 상태로 유지된다. 

확장성때문에 ATX 보드를 선호하는데, 향후 업그레이드를 고려해서 ddr5를 지원하는 메인보드를 선택하는 바람에 예상보다 지출이 더 늘었고, 그래픽 카드가 워낙 비싸서 그래픽 기능이 내장된 CPU를 골랐더니, 메인보드와 CPU가 전체 예산의 70%를 차지했다. 

ddr3가 달린 조립컴을 10년 넘게 쓰다보니 ddr4는 아예 구경도 못해보고 ddr5...ㅋ 

파워는 100W 당 만원 정도로 잡아야 안전빵이라는 공식은 지금도 통용되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13년만에 컴퓨터를 바꿔보니 일단 체감 속도가 다르다. 

예전엔 몇 시간은 족히 걸리던 윈도우와 업데이트 설치가 한 시간 컷이고, 프로그램 설치와 튜닝까지 해도 반나절이면 다 해결됐다. 

부팅 속도는 생각보다 별 차이가 없는데, 계정 로그인 이후 바탕화면이 뜰 때까지의 시간과 윈도우 시작 과정 속도가 확 줄었다. 

전에는 바탕화면이 뜨고도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작업을 하느라고 브라우저나 프로그램을 켜도 반응을 안 하거나, 작업이 지연되서 멈춤 현상이 일어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런게 싹 없어졌음. 

구형 컴퓨터에서는 윈도우를 설치한 SSD가 하루에도 몇 번씩 활성시간 100%를 찍어서 작업이 수시로 중단됐었는데, M.2 NVMe SSD로 바꿔서 그런지 그 문제가 해결되서 너무 쾌적하다. 


AMD FX-4100 Quad-Core 3.60GHz 

Radeon R7 HD 7500 

GA-970A-DS3 

DDR3 8GB (32GB까지 늘림) 

블랙호크 550W 

도스 시절부터 이렇게 오래 쓴 컴퓨터는 이게 처음이다. 이 조합으로 13년을 버텼으니 나도 힘내고 컴퓨터도 힘낸거지. 그동안 수고했다.